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에 대한 진실과 오해  

공사용자재 ‘분리발주’ 반대 이유가 하자발생 시 책임소재 불명확 때문?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논의가 한창이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 그리고 제도의 필요성 및 오해에 대한 의견들을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건축물의 하자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공사에 관해 모든 것을 일임하는 턴키발주시 모든 하자 발생의 해결을 건설사에 요구하면 되는 것과 달리, 공사용 자재 분리발주는 하자 발생 시 자재의 문제인지 시공의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아 건설사에 하자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품이 불량한 것과 시공상의 문제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검사를 통과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하자가 발생했다면 시공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제품의 문제는 제조사에 책임이, 시공상 하자는 시공사의 책임이 있는 만큼 오히려 책임소재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다. 턴키발주시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대형 건설사가 자재 기업에게 하자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공사용 자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레미콘의 경우 KS규격에 맞춰 엄격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납품 전 ‘받아들이기 검사’를 통해 품질이 검증된 제품만 납품하고 있다. 굳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납품하는 반제품의 특성상 납품 후 시공이 매우 중요한데,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하자가 발생했다면 시공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 인천에서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분석 결과, 전단보강근 미설치, 설계 하중초과 시공과 더불어 붕괴구간의 콘크리트 품질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납품 시 이미 레미콘은 검사기준을 만족했고 사고 이후 시험체에서 기준을 불만족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시공상의 문제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불량제품은 납품 자체 불가

시공상 하자는 시공사 책임

되레 책임소재 명확히 구분

한편 건설사가 자재를 직접 수급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자재 납품 중소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사발주시에는 사전에 반드시 설계과정을 거치므로 필요자재와 공급시기 등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계획에 맞춰 자재를 건설사에 공급할 경우 공사지연은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2022년 레미콘 공급 문제가 발생해 공공발주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시멘트 가격 급등에 따른 원재료 수급난이 원인이었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의 문제였던 만큼 대기업 제품을 쓸 수 있었다 하더라도 공사지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사지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이를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제도 비판의 구실로 삼아 자재 납품 중소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설공사의 하자 발생 시 자재 납품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0.4%에 불과했으며, 하자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5.1%로 과반수에 달했다. 또한 공사에 따른 자재 납품계획 사전 수립 시 공사지연은 방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47.9%에 달했으며, 발주시 적시납품이 가능해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46.0%에 이르렀다.

장기간 복잡한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공사의 특성상 공사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한다. 그 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일부 문제들을 빌미로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의 취지와 역할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제공 : 중소기업중앙회 판로지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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